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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나만 가능하다고 하셔서 일단은 아무거나 체크했는데, 저는 특정 작품보다는 이상님의 글 전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아마 포괄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점을 먼저 알려드리고 갑니다...
이상님 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글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흐르는 도시와 나의 소년에게'일 것 같아요. 원작 주인공이 걷는 궤도와 겹친 듯 비껴 나간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더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말하자면 천만분의 일에 관한 이야기인 거잖아요... 우리는 하나이자 다수가 되어버린(그래서 소수의 의견은 다소 묵살된 형태로 변모한) 메테이온만을 만났지만, 헤르메스가 날려보냈던 수많은 메테이온에게는 전부 자아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립니다🥹 그리고 "아 맞아, 그 수많은 메테이온 하나하나에게 전무 마음이 있었겠지", 하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곱씹게 된 계기가 이상님의 '흐르는 도시와 나의 소년에게'였어요.
글, 특히 소설을 읽다 보면 캐릭터가 독자 안에서 하나의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종종 겪게 되는데요, '흐르는 도시와 나의 소년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갔던 캐릭터는 작중의 메테이온이었답니다... 희망을 품고 아이테리스를 떠났다가 끝없는 좌절과 절망을 맛보지만, 그 속에서도 타인과 관계를 맺고 연을 이으면서 희망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좋았습니다(그리고 이게 약간은... 이상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네요. 주제 넘은 말이라면 죄송해요🥹). 긴 고민과 망설임, 공포와 자길 부르는 자매들의 목소리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여 죽음을 택하는 결말을 보면서 가슴이 정말 찡했어요.
사실 "사랑이 다 이겨" 같은 종류의 창작물을... 싫어하는 편은 결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편에 가깝지마는, 때때로 접하면서 의구심을 품었던 적은 많아요. 게다가... 음... 시중에 나온 상업 창작물(특히 출판 원고) 중에서 제가 접했던 "사랑이 다 이겨" 이야기는 대체로 로맨스/섹슈얼적인 사랑을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었거든요(물론 제가 보지 못한 글도 많겠지요...). '흐르는 도시와 나의 소년에게'에서 가장 좋아한 지점은 안에서 메테이온이 다양한 계열/종류의 사랑을 접한다는 것이었어요. '소년'이 분명히 메테이온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며 얻은 사랑 또한 메테이온의 마지막 결정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어렵지 않게 상상하게 된다는 점도 아주 좋았고요.
메테이온의 궤적을 따라 걷다가, 이야기가 절정으로 향할수록 메테이온의 결정을 차츰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말 슬프고 또 좋았습니다... 누군가는 새드 엔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슬픈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무슨 모순이지 싶지만 생존이 꼭 해피 엔딩은 아니고 죽음이 곧 새드 엔딩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이상님의 글은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이 쓰는 다양한 글에는 꼭 그 전부를 관통하는 심상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상님의 글을 읽을 때는 부조리에 대항하는 어떤 강한 의지와... 폭력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캐릭터들의 강인함 같은 것이 유달리 눈에 잘 들어왔어요. 제가 파판14에서 가장 좋아하는 주제부와 잘 맞물리기 때문에 더더욱 이상님의 글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만든 창작물은 타인으로 하여금 창작 욕구를 부추긴다는 말이 있잖아요(없나요? 그럼 제가 만들겠습니다). 이상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런 마음을 엄청나게 느꼈던 것 같아요.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도 이런 글 쓰고 싶어" 같은...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상님의 글을 읽으면서 왜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할까, 하고 울적해진 적도 조금은 있습니다(🥹). 그만큼 뭔가... 이상님의 글 전반을 읽으면서... 문장과 글자 나열이 품은 이야기에 크게 감동한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상님 글을 너무 좋아해서 일전에 피드백 커미션을 여셨을 때 꼭 받고 싶었는데, 유감스럽게도 한창 개인작을 안 하던 시절이라 받을 만한 글이 없어서 보내주어야만 했다는 소소하게 슬픈 이야기...😅
남의 창작물을 읽으면서 "이런 창작을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오랜만이었어요.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행위를 조금 경계하는 사람인지라 이 말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꼭 한번은 전하고 싶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고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이상님의 회지를 거의 전부 가지고 있을 만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그렇다고 부담 드리는 것도 아니고, 이상님을 아이돌처럼 숭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글을 좋아합니다... 그런 마음이에요).
사실 그래서 마지막 통판 때 작별 인사하는 마음처럼 되어버려서 조금 슬펐어요(ㅠㅠ). 얼마 안 있어서 연성 자체를 멈추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셔서 다시 기뻐졌지만요(^-^). 개인적으로 백은의 탐구자를 아주아주아주 많이 기대하고 있는데(얼마나 기대하냐면 백은을 미는 꿈을 벌써 세 번이나 꿨어요), 이상님도 그러실까요? 언젠가 통신판매 폼에도 적었듯 백은의 탐구자가 이상님께 새로운 불꽃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정말로 좋은 글을 쓰시는, 정말로 좋아하는 연성러세요. 이런 기회에나마 소심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글을 쓰고, 회지를 제작하고, 통판이나 행사를 통해 배포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압니다. 저도 많이 해봤거든요. 게다가 파판14 특성상... 이런 동인 행위(?)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것도 기류를 통해 알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게임과 그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항상 좋은 글을 써주시는 이상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읽으면서 자주 울었고 또 위로를 받았어요. 힘도 많이 얻었습니다.
앞으로를 기약하는 건 솔직히 좀 욕심 같고 또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파판14를 좋아하는 여정 내내 이상님의 연성과 함께 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이렇게 쓰니까 꼭 어디 보내드리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괜히 좀 아련해졌네요. 날씨가 조금 이르지만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지고 있으니 감기도 조심하시고요. 앞으로 많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많이 길어졌네요... 피드백이나 감상이 아니라 무슨 편지처럼 되었는데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을 덧붙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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