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19건 1 페이지
  • 2.5
    SF, 가족
    2026-04-01

    이별 이후 시점

    애프터 양
    2.5
    관람일 2026-04-01
    국가 미국
    장르 SF, 가족
    감독 코고나다
    출연 콜린 페럴, 조디 터너스미스, 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등

    리뷰

    흠...

    몰라

    모르겠어

    그니까... 이 영화가 제시하는 키워드들을 다 충분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 같음...

    원작 있는 게 확실히 보이기는 하더라 근데 원작은 좀 더 ... 스토리가 확실했을까

    그니까 내 불만점 : 캐릭터고 사건이고 지나치게 레일로드적임 골수까지 빨아먹고 활용한 태가 안 남

    러스는 "매튜를 잡아갔다"고 왜 말했고... "음모론"은 내내 언급도 없을 거면서 왜 입에 올렸으며... 궁금한 게 그거인 거임 원작의 흔적인 건가 이게?

    뭔가 "안드로이드 양이 쓰러진 이후 벌어지는 일"에 관한... 어떤... 가족적인 회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렇다기에는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짙다고 느껴지고(나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니 되게 수상쩍은 연출 많지 않았음?) 걍 뭔가 너무 어중간하게 느껴지는 듯 ㅠ.ㅠ

    가족적으로 갈 거면 아예 신파로 가거나...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과정을 보여줄 거라면 아예 그쪽으로 가거나... 뭔가 메시지랑 내용이랑 서로 대립하는 느낌임 "양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 양을 고칠 거야 > 고치려는 과정에서 양이 뭔가 ㅈㄴ 다른 안드로이드란 걸 깨달음 그래서 갑자기 그걸 수사?하듯이 파고들고... 그러다가 에이다가 사실은 원본 에이다가 있었고 걔랑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나누었던? 사이였고 양이 계략공이었고(천박한 어휘 ㅈㅅ) > 그러다가 갑자기 마무리: 아련몽롱... 양이 보고 시퍼... 그치만 돌아올 수 없어..." 이게 뭔지... 뭔지 ㅁㄹ겟네요 정말

    그래도 영상미는 좋았기 땜에 2.5점


  • 5
    FF14
    2026-02-03

    내가 나라는 정의

    황금의 유산 7.4 후기
    5
    관람일 2026-02-03
    국가 일본
    장르 FF14
    감독 요시다 나오키
    출연 빛의 전사, 새벽의 혈맹 외

    리뷰

    할 일 하기 싫어서 후기 쓴다… 아… 저를 할 일에서부터 구제해주세요 #제발


    그렇지만 언제 한번쯤 써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어


    이 아래로는 당연하지만 황금의 유산 7.4에 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된다…라고 써놓긴 했지만 썸네일 이미지부터가 7.4 후기라고 강하게 피력하고 있으므로 그냥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디아스포라를 강하게 경험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아님. 개인적으로 집과 머무는 장소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고, 이건 어렸을 때도 똑같았다. 나의 미약한 디아스포라는 여기서 온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3학년~4학년 때쯤에 부모님 따라 미국에서 잠깐 산 적이 있다. 길지는 않았고, 한 2년 정도. 고작 2년 가지고 뭔 디아스포라냐 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적응을 간신히 마치자마자 한국에 돌아와야 했던 내가, 이후로 두 번의 전학을 거친 이후에도 "미국에서 온 전학생"이라는 호칭으로 불렸어야 하는 내가 느꼈던 괴리감과 불편감은 디아스포라로밖에 설명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면… 더 옳은 단어를 알려주시길. 나는 나의 것이 아닌 고통을 주장하고자 하는 게 아니므로.)


    사실 나는 7.4가 너무 좋았어서 이게 호불호가 갈릴 이야기일 줄 몰랐다. 그런데 갈리더라고(신기한 일입니다). 쿠루루가 공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음… 거기서 내가 느낀 건 지식과 경험의 한계였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체험하지 않는 이상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그 몰이해의 벽을 넘는 "초월하는 힘"을 지닌 빛의 전사로 파판14를 내내 플레이해온 당사자들이 그렇게 무심하게 말해도 되는 걸까?


    이해가 안 되고 공감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특정될까 봐 명확히 옮기지는 않겠으나 상당히 부정적인 발화였고, 그건 곧장 쿠루루의 디아스포라에 공감했던 사람들을 공격할 여지 있는 문장이었다) 그 강한 어투를 보면서 그냥 하릴없이 슬펐다.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없는 고통이 되는 게 아닌데.


    궁극적으로 '나'란 무엇일까.


    그러니까, 한 개인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를 딱 하나 정하자면 그게 무엇이냔 말이다.


    사람에 따라 대답은 다를 것이다. 나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7.4 얘기를 하고 있으므로, 파판14의 세계관에 국한하여 말해보자.


    에오르제아에서 사람은 에테르, 그리고 육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생명체의 에테르는 총 세 가지로 나뉘는데, (1) 육체에 깃든 생명력 (2) 개인을 식별하는 혼 (3) 경험을 담당하는 기억 이 세 가지로 분류한다고 한다. 갑자기 이게 웬 세계관적 이론이냐 싶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이건 쿠루루의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에 아주 핵심적인 요소다.


    쿠루루는 어렸을 적 9세계에서 원초 세계로 보내진 존재다. 그는 라라펠이었고, 그를 키운 조부 발데시온과는 외관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아무리 샬레이안이 유학가들의 도시라고 한들 가족 내부에서부터 외관적으로 차이를 보인다는 건 정말이지 큰 기시감으로 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쿠루루는 자신의 시작점을 찾아 헤맸고, 그 끝에 귀걸이를 발견하여 황금의 유산 여정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7.4는 바로 이 쿠루루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이야기다. 쿠루루의 가족은 9세계에 버젓이 존재했다. 비록 사촌이지만, 그래도 가족이다. 쿠루루의 이모는 9세계의 어느 마을에서 멀쩡히 잘 살고 있었고, 쿠루루의 친모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쿠루루를 언제든지 받아줄 준비가 된 존재였다.


    하지만 쿠루루는 최소 이십 년 간 원초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꾸리며 살아왔다.


    여기서, 위에서 말했던 파판14가 정의한 사람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중요해진다. 사람을 이루는 구성 요소 중 한 가지에 "경험을 담당하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쿠루루는 지금 기억의 불일치를 겪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억(경험) 속에서 쿠루루는 9세계에서 태어난 9세계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원초 세계에서 삶을 일궈 온 원초 세계 사람이기도 하다. 이건 경험의 충돌이다. 9세계인 동시에 원초 세계의 사람일 수가 있어? 원초 세계인 동시에 9세계의 사람일 수가 있어? 세계관 외부자인 우리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기억해야 한다. 다중 세계 이론은 밝혀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에메트셀크가 세계는 사실 열네 개라는 걸 밝힌 게 고작 칠흑이다.


    쿠루루의 주위에는 당연하지만 "동시에 두 세계 사람"이 당연히 없는 것이다. 애당초 그런 개념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쿠루루는 맞닥뜨리고 만다. 9세계인인 동시에 원초 세계인인 자신을.


    경험은 충돌하고, 기억이 불일치한다. 14가 정의한 "사람을 이루는 요소" 중 한 가지가 뒤흔들리는 것이다. 가장 근간이 위태로운데 사람이 어떻게 평온할 수가 있을까? 이건 일종의 위협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그래서, 쿠루루가 이것을 소화하는 방식이 정말 성숙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한 장소에서 아주 길게 머물면서 디아스포라적 생각을 세월에 묻어버리는 우악스러운 방법을 사용했으므로. 사실 이것도 나의 경험이 굉장히 얕은 편에 속하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내가 나에게 느끼는 불일치감"이라는 건 사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경험 중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나"라는 정의는 모두 다르고 완전한 복제 인간이 무엇이냐는 논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나'에게 느끼는 불편감을 어떻게 타인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까? 내가 여기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저기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그럼 난 대체 어디 사람인 거야? 쿠루루는 이러한 고민을 깊이 하다가 이모 앞에서 "원래 세계"라는 말을 쓰고 화들짝 놀란다. 그는 자신이 9세계가 아닌 원초 세계를 집으로 느낀다는 것에 죄악감을 느끼는 것처럼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모의 위로에 그제야 위안을 얻는다.


    "너는 어디에 있든 너고, 우리는 세계에 국한하지 않고 너 자체를 사랑한다." 이것이 7.4가 도출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파판14 세계관과 스토리상 다중 세계를 매개로 빌렸지만, 사실 조금 더 궁극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든, 어디에 살든, 무엇을 먹든, 어떤 몸을 지녔든, 너는 너다. 그러므로 우리는 궁극적인 너 자체를 사랑한다고.


    이렇게나 다정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황금의 유산이 최애 확장팩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7.4에 와서 해낼 줄 몰랐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지? 칠흑이 오타쿠적으로 사랑하는 확장팩이라면 황금은 나 자신, 개인이 사랑하는 확장팩이 된 것 같다. 8.0도 부디 이렇게만 같았으면 좋겠다.


    칠흑, 효월 이후로 황금. 스토리에 굉장히 신경 쓰는 티가 나는 게 점점 더 보여서, 스토리와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황금이 극극극극호였던 만큼 8.0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제발 이렇게만 해줘. 이렇게만…

  • 4.5
    SF
    2026-03-19

    SF 작가의 사유와 글 쓰기

    김보영 작가의 작법서
    4.5
    관람일 2026-03-19
    국가 한국
    장르 SF
    감독 김보영

    리뷰

    읽었다.

    에. 전체적인 인상 : 좋다 근데 아프다

    되게 직설적이고... 확고한데... 좋긴 좋았음 응응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SF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듯? 아니 그냥 글 쓰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음 두루두루 적용할 수 있을 듯

    재밋습니다 그러나 0.5 깎인 이유 : 읽으면서 약간 상처 받을 뻔해서(ㅋㅋ) 미안합니다 작가님 저는 주관적인 사람입니다

  • 3
    마피아물...?
    2026-02-07

    이건 뭘까?

    절창
    3
    관람일 2026-02-07
    국가 한국
    장르 마피아물...?
    감독 구병모
    출연 문오언 외

    리뷰

    이건 진짜 뭘까?

    ...

    왜 유명햇던 걸까? 구병모 작가 거라서?

    하..........................

    그냥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소설 읽는 느낌이었음 네이버 블로그나 텍파로 공유되던 그런...

    재미 없었다는 게 아니야 근데 이... 이 책을 써야만 했던 이유가 있는 걸까? 왜 하필 이 책을 쓰게 됐을까? 그니까 그래서 결국 상처를 만지고... 능력이 점점 쇠퇴하고... 이런 게 결국 무슨 의미가 있는데 스토리에서?...

    읽으면서 너무... 재미와는 별개로 어 너 그거 스톡홀롬 증후군이야 병원 가야 돼 <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음

    이 책을 왜 쓰려고 하신 걸까? 아니 왜 쓴 걸까 구병모 작가는 절창을 대체 왜 쓴 걸까

    결국 홍보했던 상처는 뭐... 어쩌고의 누룩이다 이게 대체... 의미를 가지는 것도 같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근데 딱히... 이런 인소 감성...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네요...

    노식.

    그래도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취향이 아니었을 뿐...

    아니 근데 대체 이 소설이 시사하는 바가 뭐지 대체 왜 이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셨는지 무슨 생각으로 구상하셨는지가 걍 ㅈㄴ궁금하다


    (+궁금해서 교보문고 후기 찾아봤는데 신기하네요

    그냥 요즘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 같음... 내용은 딱히 없지만 재미는 있는... 그런...

    그냥 포타(라고 시사되는 팬픽) 읽는 것 같네요...

    그게 나쁘다고 말하려는 거 X, 내가 기대했던 건 이게 아님 O

    쓰다 보니 열 받아서 0.5점 더 깎음)

  • 2.5
    SF
    2026-01-20

    눈을 뜨세요 용사여

    아바타 : 불과 재
    2.5
    관람일 2026-01-20
    국가 미국
    장르 SF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조에 살다나, 샘 워딩턴 외

    리뷰

    봤다.

    잘 모르겠다.

    그냥 졸라 울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는 게… 내가 다 억울하고 슬퍼서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인간vs나비 결전 부분에서 눈물이 눈물이 그렇게 났다… 거기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야 한 걸까

    근데 그 이후로는 짜게 식음

    제임스 카메론 씨는 그렇게 멋진 여캐를 뽑아놓고서 왜 그런 식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하는가…


    "내가 바로 불이다!(I am the Fire)"라는 개아름다운 명대사를 뽑아준 미친 여캐를 갑자기 남캐 여친으로 만들어버리더니 존재감이 확 죽어버리고

    그 뜬금없는 애 낳는 씬은 왜 넣은 것이며… (아니 심지어 영화의 메시지랑 일관성이 있지도 않음)

    유일하게 좀 평타 친 건 네이티리? 그 친구 사용법인 듯 어머니가 그렇게 섹시해서 어떡하지… 나 유부녀콤 잇는데(미안)


    여캐 활용만 조금 더 잘했더라면 내용이 훨씬 풍부해졌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아쉬움

    지금 아쉬운 점 꼽다가 별점 1.5점 더 깎았다

    그렇지만 나쁘지는 않았어요… 킬링타임용으로도 깊생용으로도 그럭저럭 괜찮을 듯? 특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예… [이하 생략]

    1편이랑 2편도 궁금해서 보려고

    근데 이제 거꾸로 2편 보고 1편 볼 것임(ㅋㅋ

  • 5
    게임
    2026-01-22

    집으로

    5.0 후기
    5
    관람일 2026-01-22
    국가 일본
    장르 게임
    감독 요시다 나오키
    출연 빛의 전사, 새벽의 혈맹 외

    리뷰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건 확실하다.


    칠흑의 반역자는 오타쿠라면 싫어하기 힘든 확장팩이라고들 알고 있었어서 처음 밀 때도, 두 번째 밀 때도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그 기대를 정말 완벽하게 충족해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나를 반긴다… 칠흑은 진짜 어떻게 만든 거냐? 이상하다 너네 파판14팀 아니지 잠깐 접신했던 거지(미안)


    스토리적으로 좋았던 부분. 낭비되는 캐릭터들이 없다. 특히 NPC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게 확 느껴진다. 다른 확장팩들보다도 칠흑이 NPC들 사용에 조금 더 세심한 편인데, 모브가 아닌 조연 수준이 된다면 스토리에서 다들 무언가를 해낸다. 빛의 전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제 발로 뚜벅뚜벅 나아간다. 당장 생각나는 NPC만 하더라도 차이 부부, 카이 시르, 붓을 주었던 화가, 조선소 사람들, 기타 등등… 허투루 쓰이는 캐릭터가 하나 없다. 한번 등장한 이상 정말 골수까지 빨아먹겠다는 의지까지 엿보일 정도로 철저하게 짜여 있었다.


    두 번째로는 새벽의 혈맹 캐릭터성. 이건 아마 다들 공감할 이야기일 텐데, 새벽의 혈맹 일원들이 칠흑에 와서 캐릭터성이 확 살아났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P)… 여기서 살아난 캐릭터성이 효월과 황금까지 쭉 이어지는 걸 보다 보면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짜릿하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그런다. 그래 얘들아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에메트셀크(하데스)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조금씩 갈리던데, 나는 극호. 자세한 건 이후에 첨언하겠다.


    세 번째는 연출. 카메라워크와 음악 연출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느껴질 만큼 홍련에 비해 연출력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나는 진짜 칠흑 만들 때 제작진들 사이에서 무슨…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함…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홍련 다음에 이런 대작을 만들지? (홍련을 싫어하지는 않아요… 안티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순수하게 재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무조건적으로 칠흑 올려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내 눈에는 완성도가 정말 훌륭했고, 그 완성도에는 훌륭한 연출이 빠질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 중 하나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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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과 빛의 대결이었잖냐고 완전히… 새벽의 혈맹 일원이 흑백으로 변하면서 어둠에 잠식되는 와중에… 꽂히는 한 줄기 빛… 어둠에 사로잡혔다가도 그 어둠을 기어코 뚫어내는 한 줄기 빛 이 연출을 보고서 대체 어떻게 가슴이 벅차지 않을 수 있느뇨… 적어도 나는 모른다 나는 과몰입 인간이라서(하!)


    칠흑은 결국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에메트셀크는 뭐 말할 것도 없고(미련 뚝뚝 넘치는 영감은 그렇게 해저에 가짜 집을 만드는 지경에 이르고…) 1세계 사람들은 세상이 망해가는 탓에 본인의 거처를 최소한 한번씩은 잃었다. 비록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하더라도 하늘을 뒤덮은 빛이 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도망자였을 테다. 에메트셀크의 말을 빌리자면, 빛 아래서 그들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죄"였다. 그래서 죄식자였던 거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죄라면, 산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고, 그 죄인을 잡아먹는 것이 죄식자니까. 그리고 죄인이 있는 곳은 감옥이지 집이 아니다. 빛 범람에 뒤덮인 1세계는 말하자면 감옥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둠의 전사 일행은 모험을 거듭하며 에메트셀크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살아 있는 것은 죄가 아니다." 테슬린 에피소드에서 그게 제일 명확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가치 없는 건 없어." 결국 두 이야기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살아도 된다고. 당신은 가치가 있고, 당신의 삶은 죄가 아니니, 살라고.


    그런데 기 위해선 의식주가 필요하다. 먹고 입을 것은 대체로 자력으로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사는 곳은 불가능하다. 지금 그들을 위협하는 건 특정한 공간이 아닌 세계 그 자체니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제각기 맞서 싸운다. 이 부분이 좋았다. 빛의 전사(어둠의 전사라고 해야 하나?) 일행만이 싸우는 것이 아니다. NPC들은, 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각기 살아남기 위해, 살기 위해, 희망이 이어지는 세계를 되찾기 위해 투쟁한다. 강력한 영웅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대신 자력으로 자신들이 있을 곳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우리의 적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씨엔 에메트셀크. 만이천 년의 집을 그리워하는 존재.


    선역과 악역이 명확히 나뉜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에, 신념과 신념이 맞부딪히는 서사이기도 하다. 에메트셀크는 우리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한다. 결론은 항상 같다. 우리에게는 살 자격이 없다는 것. 우리가 살아남고자 하는 그 자체가 죄라는 것.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를 보았으니까. 에메트셀크 입장에서 우리는 기껏해야 개미인 거다. 어린애가 아무 가책 없이 개미를 손으로 뭉개는 것과 사람이 죽는 것, 에메트셀크에게 이 두 가지에는 큰 차이가 없다.


    누구는 에메트셀크를 소위 말하는 "세탁"해서 싫다고도 한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어떤 입장에서 본다면 에메트셀크한테도 사정이 있었어~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하며 그가 저지른 죄를 가볍게 만드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와는 별개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에메트셀크는 결국 캐릭터다. 악역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건 현실에서의 이야기다. 서사 없는 캐릭터는 존재할 수 없고, 만일 존재하더라도 지나치게 일차원적이게 된다. 매력적인 악역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작법의 가장 기초 중 하나다. 이런 면에서 에메트셀크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실행했다. 그는 입체적이고 다면적이며, 자신만의 굽힐 수 없는 신념이 있고, 그랬기에 빛의 전사 일행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칠흑은 선역이 악역을 처벌하는 이야기보다는 신념을 가진 두 존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서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존재들, 그러나 집을 공유할 수는 없는 존재들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동시에, 그리움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는 이야기였다고. 그런 의미에서 수정공은 모든 NPC를 대표하는 존재라는 상징성이 크지 않을까 한다… 그야말로 과거에서 온, 그리움에서 멈추지 않고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다다른 사람이니까.


    좋다… 진짜 좋다. 진짜 너무 좋았다… 에메트셀크는 끝까지 자신은 현 인류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으면서 현 인류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맡겼다는 것, 현 인류에게 분명히 영향을 받은 구석이 있었다는 것… 그는 뛰어난 악역임과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존재였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동포를 그리워한 하나의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것… 에메트셀크와 우리(=빛의 전사 일행)는 결국 같은 것을 지키려 했다는 것… 아 그냥 너무 좋다 미친


    원 브링즈 셰도우 원 브링즈 라이트다…

  • 감독님 접으라고요

    전독시 영화 후기
    관람일 2026-01-20
    국가 한국
    장르 개똥망
    감독 김병우
    출연 안효섭 외

    리뷰

    원작 존중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절망스러운 망작

    감독은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영화에다가 바를 300억으로 사람을 몇이나 구할 수 있었을까 진심으로 안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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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언.

    진짜 끝.

  • 0.5
    모성 판타지
    2026-01-16

    감독님 전공 살릴 거세요?

    대홍수 후기
    0.5
    관람일 2026-01-16
    국가 한국
    장르 모성 판타지
    감독 김병우
    출연 김다미 외

    리뷰

    감독님

    전공 살리실 거예요?

    영화 전공 시나리오 전공 아니세요?

    그럼 영화 계속 만드실 거예요?

    진지하게 관두시고 다른 거 찾으시길 추천합니다

    소재가 아주 참신하지 않은 건 아닌데 이걸 이 수준으로 재미없고 개연성/핍진성 없고 설득력 없이 말아먹는 것도 재능이다 감독 당신은 재능이 있어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재능 영화를 개못만드는 재능

    아니 모성이고 어쩌고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그냥 "시나리오를 존나 못 썼어"

    어디서 본 이것저것 짜집기 같고 어바등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되고 황당하네요

    내가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

    감독님

    감독 그만하고 새 일 찾으세요

    적성 안 맞으시는 것 같습니다

    "존나 못 썼어"

    상징성도 창의성도 구시대적이고 구리고 제대로 표현도 못했고 개연성 핍진성 이런 건 개를 줘도 안 먹을 수준이고(개한테 미안해야 함) 그냥 네... 네 그냥 예 그러를 그러세요 그러를 그래 그러를 그러는 거야 그러를 그러세요

    길게 쓰기도 아깝다

    가세요 걍 꺼져

    반대로 전독시는 얼마나 말아먹었을지 기대가 되네요


    별점 0.5도 아깝다

  • 4
    영화
    2025-12-31

    성부와 성좌와 성령의 이름으로

    콘클라베
    4
    관람일 2025-12-31
    장르 영화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
    출연 레이프 파인스 외

    리뷰

    추가됨...

    그치만좋앗음

  • 5
    애니메이션
    2025-12-27

    고작 10년이라는 것

    장송의 프리렌
    5
    관람일 2025-12-27
    국가 일본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야마다 카네히토(원작) , 사이토 케이이치로 (애니메이션)
    출연 -

    리뷰

    잠도 안 오고 할 일도 딱히 없어서 쓴다. 장송의 프리렌 후기.


    우선 나는 원작을 안 봤다(!). 원작도 물론 좋다지만 애니메이션이 진심 진국으로 뽑혀서… 뭔가 이 감상을 해치고 싶지 않은 느낌? 잘 만들었기 때문에 원작이 기대되는 매체가 있는가 하면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에 원작을 보고 싶지 않게 되는 매체도 있는 것 같음. 나 같은 경우 프리렌은 후자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디에 결격 사유가 있는 건 결코 아니고.


    그냥… 굉장히 과감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음. 고작 10년. 보통 마왕을 처치하기 위한 용사 파티의 여정을 담는 것이 전형적인 정통 판타지인데, 프리렌은 아주 약간의 발상의 전환을 주었다. 시작하자마자 용사 파티는 왕국으로 돌아온다. 마왕을 처치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어느 세월과의 이별을 고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이 영겁에 가까운 세월을 하는 엘프이기에 한때의 작별을 또 다른 시작으로써 사용할 수 있다.


    고작 10년… 사실 이 말에 공감하기도 하고 영 모르겠기도 하다. 인간인 내게 십 년은 정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결코 적은 세월은 아니니까. 하지만 주인공인 프리렌에게는 아니다. 그에게 십 년은 고작 눈 깜빡할 새에 지나는 시간이다. 정말로 고작 십 년인 것이다. 용사 파티 일원 모두가 십 년 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을 때, 프리렌은 고작 십 년이었는데 뭘, 하는 건조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 고작 십 년은 사람을 바꾼다. 힘멜이 죽었을 때 프리렌은 눈물을 흘린다. 고작 십 년. 인간이 짧은 삶을 산다는 걸 알았는데 왜 더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 어린 말을 하면서.


    죽은 존재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죽음이라는 건 역행이 불가능한 돌진이다. 걷잡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사람은 지나치게 급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죽는다. 비단 사람뿐이 아닌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다. 죽음은 가장 궁극적이고 완전한 형태의 단절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체험해야만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죽음은 개중 가장 대표적인 하나인 것 같다.


    단절이라는 게 이렇게 사무치는지 겪어보기 전까진 몰랐다.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정말로 힘내야겠구나 싶었다. 동시에 그런 마음도 드는 것이다. 후회가 안 남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프리렌이 애니메이션 속에서 그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사실 본편을 전부 애니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만 접한 입장에서는 더더욱 알 수 없다). 단지 프리렌은, 우악스럽게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눈앞에 들이미는 대신, 잔잔한 작화와 잘 맞아 떨어지는 음악, 그 행간과 여백 사이사이에 메시지를 보물찾기하듯 숨겨둔다. 죽음이라는 건 필연적인 것. 결국 모두 우리를 떠나고 우리 또한 모두를 떠나게 된다. 후회를 최대한 덜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를 필사적으로 알아가야만 한다고.


    죽음이라는 외로움에 굉장히 집중한 내용이다. 애니메이션의 초중반부는 더더욱 그렇다(보통 1쿨이라고 부르는 부분). 이전에는 정말 별 생각 없이 보았는데, 지인분의 타계 이후 충동적으로 다시 켰을 때는 1화와 2화를 보면서 거의 통곡하다시피 했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라… 평점에서 4.5점까지는 객관적인 시점이지만 5점은 마음이 공명해야 나오는 점수이므로 주관적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게 장송의 프리렌만큼 5점이라는 평점이 어울리는 창작물은 드물 듯하다.


    게다가 프리렌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각과 사유가 자유로운, 느슨하고 여지 많은 창작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렌은 내 이데아 같은 존재였다.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프리렌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회차였다. 늘그막 드워프인 폴 영감과 프리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밥 먹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그때 불현듯 깨닫게 되더라. 내가 왜 장송의 프리렌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거기서 나온다.

    그렇군. 드디어 마왕을 잡으러 가는구나. 평화로운 시대가 오면 좋겠군.

    보면서 깨달았다. 이전에 혼잣말처럼 쓴 적도 있지만… 또 기록을 남긴다. 나는 맥락에서 오는 묵직한 감정과 그것을 정확히 은유한 창작물이 좋다. 맥락이 거세된 사회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당장 유행하는 챌린지나 숏폼만 보아도 특정 부분만 잘린 채 돌아다니거나, 애당초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이 욱여넣어져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앞뒤 맥락이 맞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촘촘한 여백과 창작자가 그 여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은유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사 등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이것이 아마 내가 프리렌을 한층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다. 장송의 프리렌은 스토리 내내 끝없이 여지를 주고, 여백을 드러내지만, 그것이 단순한 실수라거나 공백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필요한 때가 온다면 거침없이 그 여백을 수면 위로 끌어냄으로써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프리렌도 완벽하지는 않다. 한번 트위터에서 플로우가 돌았던, "인간을 모사하는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는 설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뭐랄까… 완벽한 창작물은 없고 그렇다고 장송의 프리렌이 일부의 설정이 창작물 자체의 메시지를 훼손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시선). 게다가 앞서 말했듯 나는 장송의 프리렌이 주는 잔잔한 분위기와 촘촘한 맥락에 의한 스토리, 그리고 주제에 몹시 탄복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병크가 터지지 않는 이상 남들한테 당당히 추천하고 다닐 것 같다.


    이별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에 1월 16일 즈음 2기가 나온다고 한다. 10화뿐이라는 게 너무 섭섭하지만… 1기 때의 퀄리티를 그대로 유지해서 들어와주었으면 좋겠다. 2기를 보고 난 후에도 후기를 적어야지.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번쯤 봐주셨으면 한다… (커비한테 워낙 졸랐더니 같이 1화 봐줬음… 고마워요)

  • 4.5
    영화
    2025-12-28

    뒤돌아봐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4.5
    관람일 2025-12-28
    국가 프랑스
    장르 영화
    감독 셸린 시아마
    출연 아델 에넬, 노에미 메를랑 외

    리뷰

    개봉한 당시에 한창 좋아하던 영화였다. 그때 당시에 워낙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어서 특히나 더 좋아했는데, 미장셴도 예쁘고 내용도 오래 생각하게 되어서 영화관에서 두세 번쯤 본 기억이 있다. 뭐 이것저것 말하기에는 시간도 늦었으니 간략하게만 말할 테지만… 다들 한번씩 봐주었으면 하는 영화다.

    일단 미장셴이 너무 좋다. 전체적으로 영화 자체의 색감이 약간 빛바랜 유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의도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작중 주인공인 마리안이 유화를 다루는 화가라는 걸 생각한다면 정말 의도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고. 동시에 색감을 아주 잘 썼다는 건 등장인물들의 옷 색깔 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치밀하다.
    파랑과 빨강의 대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커비의 후기를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요약하자면 영화 시작, 현재의 시점인 마리안은 우울함을 의미하는 파란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영화 본편, 과거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는 붉은 옷을 입는다. 반대로 아가씨인 엘로이즈는 과거 내내 푸른 옷을 입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초록 옷을 입는 비중이 늘어난다. 옷이 등장인물들의 심경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듯 섬세하게 설계된 장치는 비단 옷뿐이 아니다. 영화 내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라는 기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데, 개중 가장 대표적인 의미가 사랑일 성싶다. 여자들의 축제에서, 영화 중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배경 음악이 깔리던 순간, 엘로이즈의 치맛자락에 불이 붙는다. 이후 영화 속에서 엘로이즈는 그때를 콕 집어 키스하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불은 걷잡기 쉽지 않다. 사람이 두엇 달라붙어 불을 끄려 들었지만, 그 여파로 엘로이즈가 넘어진다. 걷잡기 힘든 사랑에 발목 잡힌 엘로이즈의 미래를 암시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동시에 마리안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그리게 될 만큼 강렬히 기억하는, 아마도 사랑을 자각한 순간이 아닐까 싶고.

    표면적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대담한 영화다. 하지만 그 내부를 뜯어 살펴보면, 더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외치고 있다. 다만 페미니즘적 메시지, 영화에서 다루는 여성상과 그들이 비판하는 남성성 권력과 가부장을 논하기엔… 지금은 새벽 다섯 시 이십사 분이고 나는 너무 지쳤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빼놓고 이 영화를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그래서 표면만 살짝 핥고 지나가야겠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재해석하는 것도 그렇고, 그림에는 관습과 이념이 있지만 생명력과 존재감은 없지 않냐고 비아냥거리던 것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굉장히 도발적인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걸 처음 봤을 때보다는 온건한 관점을 지니게 된 나지만, 뭐랄까… 오랜만에 보니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내재한 영화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역시 제목을 차지한 "뒤돌아봐요."에 관한 이야기. 서술되지 않았던 에우리디케의 자율성을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엘로이즈의 대담함이 엿보인다. 마리안은 오르페우스로, 에우리디케는 엘로이즈로 빗대어지는 이 영화 속에서, 어쩌면 엘로이즈의 마지막 말이었던 "뒤돌아봐요."는 마리안을 향한 엘로이즈 최후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서 이별이라고. 떠날 때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끝은 내가 정하겠다고.
    어쩌면 그래서 나는 엘로이즈가 엔딩 장면에서 마리안을 보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겠어요?" 질문한 것은 엘로이즈다. 마리안은 공연 내내 엘로이즈를 바라보았다. 엘로이즈는 눈을 돌리지 않았고, 따라서 마리안은 "그녀는 날 보지 못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보지 못했다는 건,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붙잡지 못했다는 건, 엘로이즈가 영화 중반에 "어쩌면 본인이 말했을지도 모르지. 뒤돌아봐요." 라고 말함으로써 제시했던 에우리디케의 자율성, 자유 의지를 위반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엘로이즈는 선택한 것이다. 바라보지 않기를. 벅차오르는 관현악기와 함께 점점 눈물을 흘리는 엘로이즈를 보며 속절없이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멋대로 생각해도 좋지만, 나를 비난하지는 말아요."
  • 4.5
    영화
    2025-12-27

    내게 너의 심장을 줘

    하울의 움직이는 성
    4.5
    관람일 2025-12-27
    국가 일본
    장르 영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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