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moji © Twitter · CC-BY 4.0
REVIEW —
5.0 ★★★★★
게임

—

저자
센세님
장르
FF14, 동인
상태
완료
기록
2026.10.02
스포일러 : 내용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체국에서 문자를 받고 언제 올지 전전긍긍하면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받자마자 후루룩 읽어버린 사람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그러니까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오타쿠가되]

사실 저는 빛전 자캐로 자캐 커플 놀이를 하는 사람인지라 새벽 친구들과는 모두 ncp를 상정하는 편이고, 그 이전에 그들과 드림을 한다는 자각 자체가 흐린 편이에요. 그래서 동인지 같은 것도 잘 사는 편은 아닌데요... 센세님의 만화에서는, 뭐랄까, 캐릭터 둘 사이에 흐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연인의 그것보다는 동료 혹은 전우의 그것에 가깝다는 감상을 종종 받았고, 또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열린 창작물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센세님이 그려내시는 이야기를 접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선택이 제게 얼마나 큰 선물이 되었는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답니다.

태양의 정원도, 라스트 홀리데이도 좋아했지만 우선은 <오빗리스> 이야기로 시작해봅시다.

<오빗리스>가 센세님의 마지막 연성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무래도 "이건 반드시 가져야만 해"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채팅으로 말씀드렸다시피) 당장 입금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ㅠㅠ) 정말 실례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채팅을 드렸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오빗리스>를 읽는 내내 들었던 감상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센세님이 지금껏 그려오셨던 모든 연성의 정수 같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다른 분께 드리는 감상문에서도 적은 적 있지만) 한 사람이 무언가를 창작할 때는, 창작물 각각이 품은 주제나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일관된 핵심(정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오빗리스>는 제가 여태 봐 왔던 센세님의 핵심이 꾹꾹 눌러 압축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태양의 정원>과 <라스트 홀리데이>, <오빗리스>는 모두 각각 다른 주제를 토대로 박동하지만 그중 가장 중심에 가까운 이야기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는 <오빗리스>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읽었습니다.

그라하의 원형인 아스테리온을 "별에 존재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더 많은 중력이 필요한 존재"로 설정하신 것도 좋았지만... 자아가 존재할 무렵부터 남들과 유리되었다고 느끼는 아득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감명 깊었어요. 부끄럽지만 저도 그런 감각을 숱하게 느껴온 사람으로서 저 문장을 읽는 순간 아, 맞아, 이런 느낌이야, 하는 어떤 얼얼함을 맛보았던 것 같아요. 동시에 센세님께서도 그러한 감각을 오랫동안 느껴오셨던 걸까, 그것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고뇌해서 도출해낸 문장인 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남을 섣불리 재단하는 건 좋지 못한 일이지만, 동시에 특정 매개를 통해 타인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이 창작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례하다고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빗리스>가 전달하는 주제는, 제가 느끼기엔 정말 간단했어요."특별한 사람은 없고, 그 어떤 사소함이라도 당신을 살게 한다면 된 것이다."라고요. 센세님이 의도하신 주제와 부합할지 모르겠습니다(해석이라는 건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그렇지만 확실한 건, 제가 이 만화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느낀 위안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일 듯합니다.

많이 개인적이지만, 최근 9월달이 제겐 정말 큰 고비였어요. 사적인 이야기로 부담을 드리고픈 마음은 없으므로 각설하겠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내가 부여한 의미를 넘어서고 압도하는 고통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태가 좀 멀쩡해져서(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렇지, 한창 몸부림치고 있을 때 <오빗리스>를 읽었다면 아마 펑펑 울지 않았을까 싶어요(ㅋㅋ). 실존적인 고독에 관한 고민이 저를 한창 괴롭힐 때 <오빗리스>가 있었다면 조금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이나마 해봅니다.

사실, 모든 고통과 상처가 으레 그러하듯, 나와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는 감각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종류라고 생각해요. 어디에 가도 맞지 않고, 무엇을 해도 불화하고, 간신히 조금이나마 몸을 끼워맞추어도 눌리거나 빠져나온 부분이 자꾸만 눈에 밟히고, 고통스러운 그 감각은... 사실 저는 자기 연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세상 사람 모두가 어느 정도의 배타감을 품은 채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그 정도의 차이에서 오는 고통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남들과 온전히 화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그 불화로 인해 삶이 크게 흔들리는 사람도 존재한다고요(그리고 불행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저는 후자에 속한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빗리스> 속 아스테리온이 느끼는 감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더욱 공감이 갔어요. 그냥 어느 순간 세상에 불현듯 존재하는 것만 같은... 아득한 부유감과 비슷한 것 말이에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비로소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펼쳐지는 문장과 그림과 연출이 더더욱 마음을 울렸습니다. 나에게도, 분명 아주 사소해서 여태껏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세계의 축이 될 무언가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살다 보면 언젠간 반드시 알아차리게 될 거라는 것. 그 사소하지만 광막한 축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그들과 맞물리는 궤도를 돌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정말 멋진 이야기였어요.

<태양의 정원>은 비록 통신 판매 당시 제가 FF14를 하고 있지 않아서(ㅠㅠ) 실물 책으로는 가지지 못했지만(괜찮습니다 제게는 포스타입이 있으니까) <골든 홀리데이>와 <오빗리스>는 정말로, 제가 설령 FF14이라는 게임을 더는 향유하지 않게 되더라도 삶이 메마를 때마다 종종 꺼내 읽을 것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창작하기까지 센세님은 얼마나 고민하고 또 갈등하고, 무엇을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오셨을지 막연하게 상상해보게 됩니다. 또 제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창작하려면 무엇을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할지도 궁금해지고요. 언젠가 제가 이런 이야기를, 명확하게 누군가를 살리는 힘을 가진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게 될 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요? 명확한 것은, 아마 그때까지도 저는 <태양의 정원>, <골든 홀리데이>와 <오빗리스>를 통해 센세님이 그려낸 이야기를 몹시도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창작이라는 행위는 본인의 상처를 헤집고 끄집어내어 보듬는 동시에 상대방의 상처에도 동일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모순적이고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센세님의 만화와 그림은 제게 정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센세님의 그림을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떠나신다니 마음이 너무 아쉽습니다만, 동시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털어냈을 때의 후련함을 저 개인적으로도 알다 보니 마냥 슬프지는 않습니다.

제 삶을 이루는 축을 단단하게 굳히고 지탱하는 수많은 진흙 중 일부가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가시는 길과 하시는 일에 큰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뒤나미스는 종종 기적을 일으키므로 그쪽에 희망을 걸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언젠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나신다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한번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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