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RB

점과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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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 @admin
2025-11-29 21:37

시작하기에 앞서

1. 위 글은 치건(@RaeY_M7)님의
의 3차 창작물입니다. 밑줄 처리가 된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게시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2. 작중 종교적인 소재가 짙게 사용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고증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며,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 종교의 성경을 인용했으나 해당 종교를 비난•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3. 24년 2월 17일~18일 개최된 유진래빈 교류회 BLACK RABBIT HOLE에 발간한 회지 <재와 불>의 짧은 후일담입니다.






*

00.

그리고 문을 연다.





01.

김래빈이 요즘 이상하다. 그러니까, 콕 집어 설명하기 애매한 사유로.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설마하니 사채 같은 데에 발 담갔을 리는 없고. 약이나 대마 같은 건 질색하고, 담배 냄새도 안 나고. 말하자면 사람한테 이상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때 드러나는 표면적인 신호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에도 차유진이 김래빈더러 이상하다고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그의 눈이다.

김래빈의 눈. 형광등 아래에서 빛을 받았을 때 기묘한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그 눈. 항상 앞을 보는, 무자비하게까지 느껴지는 추진력으로 나아갈 곳을 올곧게 바라보는 그 눈이 요즘 묘하게 흐리다. 무엇인가에 취한 것처럼 뿌예진 눈으로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제가 말을 걸어야만 퍼뜩 정신을 차리는데, 그럴 때마다 얼굴에 선연하게 떠오르는 당혹감은 더더욱 차유진을 불편하게 한다.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찌르르 울리는 심장께를 한번 지그시 누르며, 너 왜 그래, 하고 묻는 김래빈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기를 엿새째.

“너 요즘 이상하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답에 요상하다는 듯 눈을 좁힌 김래빈의 말에 저도 모르게 툭 내뱉어버린 것이 화근이라고, 차유진은 지금 생각한다.

“이상한 건 김래빈이겠지.”





02.

“네가 잘못했네.”

“제대로 듣긴 했고?”

“그럼.”

단호한 말에 차유진이 눈을 찡그렸다. A는 그러거나 말거나 쓰레기통을 뒤적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태도로 그는 연신 쯧쯧 혀를 찼다. 오늘은 쓸 만한 게 없다는 말로 신경질적인 한숨을 마무리한 그는 훌쩍 몸을 물렸다. 깡마른 몸이 순식간에 차유진을 스쳤다. 오물 냄새와 더불어 음식물 썩다 만 악취가 코를 찌르는 탓에 차유진은 잠시 눈을 굴렸다. 나 몸에서 냄새 나냐던 A는 곧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킬킬 웃었다.

“캐묻는 거 아냐, 그런 거. 남의 고민 같은 거.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게 젠틀한 거고, 그게 젠틀맨의 일이야.]”

“[잊은 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난 캘리포니아 사람이야.]”

“그랬던가? 뭐, 아무튼.”

손을 탁탁 턴 A가 과장되게 몸을 돌렸다. 빳빳하게 편 손가락으로 그를 척하고 가리키는 모습이 제법 우스웠다. 삐딱하게 선 채로 차유진은 그 손가락 끝을 노려보았다. 당당한 기세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갈라지고 튼 손. 손끝에서 천천히 올라간 시선은 이내 A의 눈과 맞닿는다. 똘망똘망한 시선이 차유진을 당장에라도 꿰뚫을 듯 번쩍였다.

“기다려. 기다리면 언젠가 말해주게 되어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지. 필요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어? 필요하지 않으면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걸로 끝인 거라고, 친구.]”

A는 한번 씨익 웃고서 말했다.





-.

다신 오지 마.





03.

문을 열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다. 차유진은 주위를 휘적휘적 둘러보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웬 기름 냄새지. 둘 다 요리를 해먹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집안에선 항상 국수나 만두 냄새가 났다. 완성한 요리에선 다양한 냄새가 풍겼기에 차유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냥 기름 냄새였다. 첨가물 없는 생 기름. 나 왔어, 하고 괜히 목소리를 높인 차유진은 곧 거실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어, 왔어?”

김래빈이 앉아 있었다. 소파와 가구는 거실 끝과 끝으로 밀어둔 채로. 정중앙에 앉은 김래빈을 기준으로 사방이 신문지 밭이었다. 신문지 위에는 덜 마른 종이들이 신문지와 바닥을 천천히 적셔가며 제 몸을 말리고 있었다. 기름 냄새는 종이들로부터 왔다. 엑, 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 차유진이 무슨 표정을 짓든 말든 김래빈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그는 신중한 몸짓으로 종이에 기름을 덧바르고는 빈자리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그리고 돌아보는 낯이 퍽 뿌듯해 보였다. 얼굴이 확 폈네. 기분 좋아 보이고. 눈이 반짝이는 게 꼭 뭐에 취한 사람 같다.

거기까지 생각한 차유진은 신문지와 종이들을 겅중겅중 뛰어 건넜다. 창문을 열자 거실에 진동하던 기름 냄새 사이로 바람과 오물 냄새가 뒤섞였다. 이러면 환기라도 좀 되겠지 싶어 돌아보자마자 김래빈이 입을 열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기다란 설명이 줄줄 나왔다. 이 근방을 지나는 종이 장수로부터 받은 부업인데, 어쩌고저쩌고. 이젠 부업 같은 거 안 해도 되는 처지인데도 김래빈은 꼭 한두 가지씩 쥐고 들어왔다. 이번 종이 사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늘그막 노인이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종이를 판다고, 이번만 딱 손이 부족해서 도와드리려고 가져왔다는 설명에 차유진은 성심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늘그막 노인이 시비를 거는 리어카 속에서 각목을 꺼내 시비 거는 깡패들을 두드려 패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과 열심히 말린 종이들은 아마 수상한 하얀 가루를 싸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손 비면 거기 부채로 부채질 좀 해줘. 최대한 빨리 말려서 드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바람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김래빈이 말했다. 차유진은 책상 위에 놓인 부채를 쥐고 다가갔다. 종이가 신문지에서 들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부채질하자 숨은 금방 가빠졌다. 초봄의 더위는 더는 무시할 것이 못 됐다.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날아든 벌레가 앵앵 소리를 내며 귓가를 날아다니고, 밖에선 시끌시끌한 인파가 몰려다니며, 아주 언뜻 한여름의 매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던 그때.

“부업으로 돈을 벌어서 피아노를 사기로 결정했어.”

담담한 선언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

떠날 사람은 태가 나. 머물고 말고는 생각보다 큰 차이야. 언젠가 떠날 결심을 하고 머무르는 사람한테 네가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어. 잘 가라고. 여유가 되면 한두 마디 정도 덧붙여주면 좋긴 하겠지. 이를테면, 그래.





04.

높고 넓은 공간을 장엄한 피아노 소리가 가득 메웠다. 새삼 소리에도 위용이라는 것이 있구나, 하고 차유진은 우두커니 앉아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그는 눈을 가늘게 뜬다. 시선의 종착지는 단상 위 피아노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는 김래빈.

단순한 제의에서 시작했다고 김래빈은 말했다.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인해 반주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졌다고. 악보 보는 법을 알려줄 테니 딱 며칠만, 자리를 맡을 사람을 구할 때까지만 대타를 서달라는 주임 신부의 부탁이 있었다고. 김래빈은 그 또한 일종의 부업으로 받아들인 모양인지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말보다 빠르게 차유진은 깨달았다. 김래빈이 악보를 보는 법을 배우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서, 이 행위를 아주 아주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을.

불경하게도 차유진은 턱을 괬다. 성당 안엔 사람이 드문드문 있었고 차유진은 그들 사이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었다. 기도문을 읊던 주임 신부의 시선이 잠시 그에게 머물렀다. 차유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한번 굴리고 이번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주임 신부의 집요한 시선은 그제야 떨어져 나갔다. 이 정도까지는 허용해 주겠다는 건가? 사뭇 우스운 꼴이었지만 웃음을 참을 필요는 없었다. 차유진은 김래빈을 바라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미사가 끝나고, 주임 신부와 몇 마디를 나누고, 사람 열댓은 때려잡을 것 같은 낯으로 주섬주섬 다가오기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겠단 말도 없었는데 태연하게 가자는 김래빈을 뒤따라 일어나며 차유진은 괜히 목을 한번 꺾었다. 그러니까, 저거 그거잖아.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낯이잖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차유진에게만큼은 확실하게 그렇게 보였다.

성당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올려다본 하늘은 꿉꿉한 먹구름으로 들어차 있었다. 지금이야 한두 방울 정도라지만, 조금만 지체해도 순식간에 쏟아질 태세였다. 서둘러야겠다. 우산도 없는데. 근처에 마트가 있던가 머리를 굴리던 차유진의 발길을 잡은 건 김래빈이었다. 악보집을 겉옷 사이에 조심조심 집어넣은 김래빈이 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리곤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우산을 차유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사나운 눈을 언뜻 구부린 채로.

“좋은 악상이 떠올라서 편곡해도 괜찮겠냐고 신부님께 물어보았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 괜찮게 편곡이 되면 그걸 미사에 사용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까지 해주셨고. 미사에 곡을 사용하려면 상위 교구에 먼저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면 음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편곡자로 이름 올리는 음원이 새로 생긴다는 의미가 돼!”

차유진은 대답하는 대신 김래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구부러진 눈, 희미한 보랏빛이 도는 홍채, 검은 동공, 그 안에 비치는 그 자신을. 순간 김래빈의 눈이 거짓말처럼 반짝 빛났다. 동시에 무거운 빗방울이 한둘씩, 그러다가 셀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장막 같은 부슬비 너머에서 이크, 악보 젖을라, 중얼거리며 걸음을 떼기 시작한 김래빈의 등을 바라보던 차유진이 무심코 말했다.

“왜 지금 안 사?”

“차유진, 기껏 우산 줬는데 왜 쓰지를 않아? 그리고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우리 돈 많아, 래빈. 피아노 같은 거 바로 살 수 있어.”

“차유진, 너는 모르겠지만 악기라는 건 가끔 상상 이상의 값을 지니기 때문에…….”

“그거 아닌 거 알아. 김래빈 치사하게 말 돌려.”

김래빈이 입을 다물었다. 차유진은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눈동자를, 그 고요한 시선을 느끼다가 우산을 폈다. 축축해진 어깨와 머리를 한 번씩 털고 우산을 깊이 눌렀다. 정수리가 우산 살에 눌려 욱신거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차유진은 성큼성큼 걸었다. 우산을 썼는데도 뒤통수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시선을 알 것만 같은 건 왜인지 생각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뒤따르는 찰박거림이 들렸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기에 차유진은 뒤를 돌았다. 김래빈의 손에 냉큼 우산을 쥐여주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김래빈은 악보 있잖아, 하고 말하자 당장이라도 말을 쏟아낼 것 같던 입이 도로 다물렸다. 김래빈은 순순히 고마워했다. 옷자락 물기를 툭툭 터는 손길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차유진은 그때 문득, 옷깃 사이로 고개를 내민, 끄트머리가 언뜻 짙게 물든 악보집을 발견했다. 부슬비와 장대비 그 사이 어딘가의 빗줄기가 귓가를 세차게 때리고 있었기에 비로소 차유진은 물었다.

“떠날 거야?”





-.

떠날 거라면, 래빈.





05.

그들은 돈이 많았다. 참 많았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쌓였다. 차유진은 어쩐지 알 것 같았다. 김래빈이 부업으로 돈을 모으는 이유. 지금 있는 돈으로 사지 않는 이유. 굳이 생고생을, 한참 돌아가는 이유.

원래 사랑하면 때 묻히고 싶지 않잖아. 가장 깨끗하고 좋은 것만 주고 싶잖아. 그런 거다. 김래빈의 피아노도 그런 거다. 가장 깨끗하고 좋은 것에는 이런저런 사유로 쌓인 돈이 해당하지 않는 거다. 제 힘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밑바닥부터 천천히 다지고 싶은 거다.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한 선택이지만, 뭐 어떡해. 김래빈은 그런 사람인걸.





-.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차유진은 깨달았다. 고민하는 사람의 낯이었다. 이상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시야를 흐린다. 사람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하는 사랑이 있다.





07.

“떠날 거야.”

김래빈이 그렇게 말했을 때 차유진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침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번 몸을 뒤척였다. 김래빈이 보였다. 둥그런 상자를 들고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과 대화할 땐 제대로 몸을 일으켜 앉으라는 잔소리가 날아올 법도 한데 김래빈은 아무 말이 없었다. 사뭇 비장한 낯으로 상자를 만지작거리다가 풀썩 앉았다. 눈높이가 맞았다. 한층 또렷해진 낯이 코앞에 있었다. 총명하게 반짝이는 두 눈을 들여다보며 김래빈이 말했다.

“떠날 거야. 그런데 차유진. 너는 여기가 좋아?”

차유진은 곧장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상자를 질끈 쥔 김래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언뜻 새하얗게 질린 손 마디를 곁눈질하는 차유진에게 김래빈이 다시 말했다. 조금 더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투로.

“여기가 좋다고 하면 너를 억지로 데려가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차유진, 나는 당연히 너와 함께 가려고 생각했어! 음원이 생긴다는 건 즉 돈을 벌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나는 그걸 발판으로 새로운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돼. 나는 네가 자리 잡을 때까지 함께 지낼 거라고 생각했어.”

“Hm.”

“그래서 묻는 거야. 너는 여기 남고 싶어?”

차유진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그 잠시간 고민했다. 먼저 튀어나온 건 우습지도 않은 농담이었다. 차유진은 김래빈의 눈을 뚫어지라 들여다보다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눈을 마주치고 가벼운 안부를 묻듯이 물었다.

“내가 김래빈한테 달라붙어서 김래빈 당골 빨아먹으면 어떡하려고?”

“당골이 아니라 등골이야. 그리고 네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아.”

“어떻게 알아? 난 몰라.”

“왜 몰라? 넌 차유진이잖아.”

낯간지러운 말을 안색 한번 바꾸지 않고 잘도 한다. 뭐가 잘못됐냐는 듯 맹랑하게 깜빡이는 저 눈을 들여다보다가 차유진은 피식 웃었다.

눈을 굴린다. 시선의 종착지에는 그가 쥔 둥그런 상자가 잡혔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았다. 알기에 망설일 수 있고, 알기에 망설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08.

무모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음원 하나로 뭐가 될 것 같아.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음원이 등록되고 사라지잖아. 게다가 아직 확정이 난 것도 아니다. 주임 신부는 분명 김래빈에게 호의적인 사람이지만 엉망인 결과물을 상위 교구에 올릴 정도로 체면을 차리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 차유진의 직감을 믿는다.

그리고 직감을 믿는 것보다도 많이, 김래빈을 믿었다.





09.

차유진이 말했다.





-.

며칠 뒤 그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수신자 알 수 없음으로 뜬 화면엔 저급한 욕설 몇 가지와 함께 다시는 오지 말라는 저주가 적혀 있었다 그는 유쾌하게 웃었고 답장 없이 문자를 삭제했다





00.

그리고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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